해외 생활 N년 차, 타향살이의 가장 큰 적은 '언어'도 '날씨'도 아닙니다. 바로 뼛속까지 통하는 대화의 부재, 그리고 영혼을 채워줄 '집밥' 같은 한 끼의 부재죠.
오늘은 선웨이(Sunway) 지역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식당 이야기와, 그 맛을 더 깊게 만들어줄 넷플릭스 시리즈 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1. 타향에서 '동갑내기'를 만난다는 것
해외에 오래 살다 보면 모국어로 아무런 필터 없이, 뇌를 거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낍니다.
오늘, 한 달여 만에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습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친구와 머릿속 생각을 힘들이지 않고 쏟아낼 수 있다는 것.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 수 있는 이 희박한 확률의 만남에 새삼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완성해 준 것은 완벽한 점심 식사였습니다.
2. 선웨이 지오(Sunway Geo)의 축복, '쿠시야(Kushiya)'
친구의 추천으로 찾아간 곳은 '쿠시야(Kushiya)'라는 일식/한식 퓨전 식당입니다. 말레이시아 요식업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가 감히 평가하자면, 평점 5점 만점에 5점입니다.
이 식당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이 아닙니다.
✅ 사장님이 가게를 지킨다 (가장 중요) 말레이시아의 수많은 한식당/일식당이 오픈 초기 반짝하다가 맛이 변하는 이유가 뭘까요? 주인이 오토(Auto)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한국인 부부 사장님이 매장에 상주하십니다. 주인의 눈길이 닿는 곳과 아닌 곳의 음식 퀄리티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 말레이시아에서 보기 드문 '광속 서비스' 직원을 부르면 2초 내로 달려옵니다. "Satu lagi..." 하며 느릿느릿 걸어오는 현지 서비스에 지치셨다면, 이곳은 힐링 그 자체입니다. 직원들의 영어 소통 능력도 훌륭합니다.
✅ 10년 만에 만난 '진짜 회덮밥' 한국 떠난 지 오래라 기억도 가물가물했는데, 오늘 이곳에서 회덮밥을 시키고 울컥했습니다. 메뉴판 사진과 똑같이 나오는 정직한 비주얼, 신선한 회, 그리고 완벽한 초장. 미리 만들어둔 음식을 데워 나오는 게 아니라 주문 즉시 조리하기에 15분 정도 걸리지만, 그 기다림조차 즐거웠습니다.
- 위치: Sunway Geo Avenue
- 추천 메뉴: 벤또 세트 (가성비 최고), 회덮밥
3. 낫또(Natto)의 끈적한 매력
친구도 좋아한다길래 낫또도 주문했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 상이 먹는 걸 보고 호기심에 시작했던 음식인데, 청국장을 좋아하는 제 입맛에는 이 끈적하고 구수한 발효의 맛이 딱입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식사 후 나오는 길에 옆 그로서리에 들러 일본산 낫또를 사 왔습니다. 내일 아침, 갓 지은 뜨거운 쌀밥 위에 낫또를 얹고 겨자 소스를 비벼 먹을 생각에 벌써 침이 고입니다.
4. 맛있는 여운을 이어갈 넷플릭스 추천: <사무라이 미식가>
맛있는 일식을 먹고 나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어 소개합니다. <사무라이 미식가 (Samurai Gourmet)>입니다.
- 줄거리: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하다 은퇴한 소심한 중년 남성 '타케시'. 그가 맛집을 찾아다니며 내면의 거친 자아인 '방랑 무사(사무라이)'를 깨워 소소한 일탈과 미식을 즐기는 이야기입니다.
- 감상 포인트: 주인공이 식당에서 주저하거나 소심해질 때, 갑자기 흑백 화면으로 바뀌며 거친 사무라이가 등장합니다. 그 사무라이의 대리 만족 행동을 보고 용기를 얻는 주인공의 표정 변화가 압권입니다.
- 총평: 일본 특유의 오버 액션이 조금 있지만, 밥 먹을 때 가볍게 보기 딱 좋습니다. 시즌 1(12부작)으로 끝난 게 너무 아쉬울 정도입니다.
📝 에디터의 마무리
좋은 친구, 훌륭한 식당(쿠시야), 그리고 맛있는 낫또와 넷플릭스.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결국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마음 통하는 사람'과 '따뜻한 밥 한 끼'인가 봅니다.
선웨이(Sunway) 근처에 계신다면, 혹은 한국인의 정성과 손맛이 그리우신 분이라면 '쿠시야'는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내돈내산 찐 추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