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스타트업(StartUp)' 감상 후기. 암호화폐와 갱스터가 얽힌 사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 말레이시아 거주 아빠가 자녀의 '네이티브 영어' 교육을 위해 미드를 쉐도잉하는 이유와 솔직한 여주인공 비평.

1. 멈출 수 없는 '설사' 같은 매력, 미드
한국 드라마만 "다음 화가 궁금해서 미치겠는" 마력을 가진 게 아닙니다. 미국 드라마(미드) 역시 온갖 심리적 장치들로 무장하여 한번 발을 들이면 끊어내기가 어렵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스타트업 (StartUp)>**이라는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첫 회 맛을 봤는데, 푹 빠져버렸습니다. 전개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 때문에 밤잠을 설쳐가며 보는 건 아닙니다. 저에게는 좀 더 절박한 이유가 있습니다.


2. '동남아 영어'와 아빠의 숙제
이곳 말레이시아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큰 고민은 **'언어'**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국 친구 하나 없는 환경에서, 아이의 스펀지 같지 않은 기억력에 한국어 학습 부담까지 지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와 영어로 소통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곳은 영어가 통용되지만, 소위 말하는 '동남아 영어(Manglish)'가 섞인 환경입니다. 원어민(영국/미국)의 문법이나 뉘앙스와는 거리가 있죠. "아빠가 쓰는 영어가 아이의 영어가 된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덜컥 겁이 나더군요. 미래를 보는 가시거리에서, 아이에게 언어적 핸디캡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미드를 봅니다. 단어만 외우는 건 죽은 영어입니다. 관용어구(Idioms)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호흡과 발성으로, 어떤 감정을 싣고 나오는지 배우기에 미드만 한 교재가 없습니다. <스타트업> 속 거친 대사들에서 떨어지는 '영어 콩고물'이 꽤 고소합니다. 내 아이가 적어도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영어를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쉐도잉을 합니다.

3. 드라마 <스타트업> 리뷰: "사업하기 X나게 힘들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드라마 추천하냐고요? 추천합니다.
- 주제: 아주 명확합니다. "돈 벌기, 사업하기 진짜 X나게 힘들다." 지하 범죄와 암호화폐, 그리고 음흉한 거래들이 얽히고설키는데, 그 과정이 아주 적나라합니다.
- 시즌 3의 결말: 복잡한 플롯을 거쳐 시즌 3까지 가면, 과정과 결말이 꽤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4. 솔직히 말해서 (여주인공에 대하여)
하지만 참기 힘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주인공(이지 모랄레스)입니다.
솔직히 말해 예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외모 비하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그렇습니다.) 생긴 대로 성격도 까칠합니다. 연기를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외모가 개연성을 주지 못하니 연기라도 압도적이어야 하는데, 극 중 행동 패턴은 그야말로 '밉상' 그 자체입니다. 성공을 한 치 앞두고 접시 물에 코 박게 만드는 재주가 있더군요. 보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짓을 하긴 합니다. 그 한 방을 위해 견뎠나 봅니다.

5. 반쪽짜리 한국인이라도 괜찮아
드라마를 보며 생각합니다. 내 아이는 한국 국적이지만 한국어를 못하는 아이가 될 것이고, 결국 국적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잘 사는 주재원 동네에 살지 못해 한국인 인맥도 없고, 그럴 돈도 벌어두지 못한 아빠로서 미안함이 큽니다.
하지만 피만 반쪽 한국인인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이 거친 세상에서(드라마 속 사업처럼) 살아남을 수 있는 **'진짜 언어'**와 **'실력'**을 갖추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저는 아이를 위해, 미드 속 갱스터들의 영어를 중얼거려 봅니다.